ENG  中文

ENG

中文

김초롱선수 사건 일부 승소

본문

김초롱, 중앙일보에 승소...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법원, 사실과 다른 보도로 명예훼손 인정..."1500만 원 배상하라" 

중앙일보사가 발행하는 <중앙선데이>는 2008년 12월 7일 자 신문에 '김초롱? NO, 크리스티나 김! 씁쓸한 아메리칸 걸의 변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제목 그대로,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 프로골퍼 김초롱(미국명 크리스티나 김) 선수의 '변심'을 다룬 것이다. 


이 기사에서 김초롱 선수는 한국인이라 소개받으면 쓴웃음을 짓고,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의 우승을 '한국에 대한 복수'로 생각하며, "한국인 운운하는 것에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인물로 나온다. 



김초롱 선수는 정말 한국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을까? 



법원은 <중앙선데이>의 이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김인겸)는 24일 이 기사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김초롱 선수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기사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크게 두 곳이다. 기사는 서두에서 2008년 1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한 LPGA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첫날 모습을 전하며 "아나운스먼트가 그녀를 '한국의 김초롱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녀는(김초롱) 고개를 갸우뚱하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김초롱)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쓴웃음을 지었다는 부분은 기자가 받은 인상에 불과하여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며 "사실적 주장에 관한 이 부분 기사로 원고가 피해를 입은 게 명백하니 반론보도를 하라"고 결정했다. 



두 번째는 <중앙선데이>의 기사 중 '한국에 대한 김초롱 선수의 복수'에 관한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이렇게 전했다.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친 뒤 크리스티나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한국에서의 우승은 나한텐 일종의 '복수'가 될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란 걸 잘 알고 나를 싫어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고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초롱 선수의 인터뷰를 그대로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초롱 선수의) 인터뷰 원문과 전체내용에 비춰 보면 'vindication'은 '반감을 해소하는 계기'라는 취지로 해석돼야 한다"며 "하지만 해당 기자는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이를 '복수'라고 해석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결정했다. 



김초롱 선수는 2008년 12월 <중앙선데이>의 보도가 나가자 지난해 3월 "허위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중앙일보사를 상대로 1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결국 김 선수가 일부 승소한 것이다.



"김초롱 선수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김 선수의 변호를 맡은 한상혁 변호사는 "이 사건 보도가 문제 있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김초롱 선수의 명예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단돈 1500만 원으로 평가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 변호사는 "(기사가) 김초롱 선수를 부모님 나라를 배신한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단순한 실수에 의한 오보라면 모르지만, 이 기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김초롱 선수를 음해하기 위해 쓰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항소 여부는 김초롱 선수 측과 논의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초롱 선수의 국적이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건 <중앙선데이>의 해당 기사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한·일 여자프로골프대항전 한국 대표선수로 김초롱 선수를 선발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누리꾼들은 김 선수가 한국 대표로 선발되기 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인이며 미국·유럽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미국 대표로 뛰고 싶다"고 말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즉, 한국 대표 선수로서는 자격 미달이라며 대표 선발을 철회하라는 애국주의 '광풍'이 분 것이다. 



논란이 일자 김 선수는 "나는 이중국적자로서 단지 미국 시민권자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솔하임컵에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누가 뭐래도 내 부모는 한국인이고 나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이전에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않은 데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사과에도 약 4년이 지나 <중앙선데이>는 다시 김 선수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법정까지 간 셈이다.